약육강식. 먹고 먹히는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자연의 법칙 속에서 약자는 약자 나름대로 싸우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육식 동물을 상대하는 초식 동물은 날카로운 뿔과 빠른 발을 선택하기도 했고 때로는 많은 새끼를 낳아 종을 보존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사건이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유럽 역시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된 이후 중단기적으로 대규모 전면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분석 아래 군비 감축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며 일주일 안으로 끝날 것 같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끝나지 않고 있는 점도 예상을 빗나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쉽사리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반 제공권을 러시아에게 넘겨주지 않으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가 쌓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우크라이나이기는 하지만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한 러시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금 전에 “약자는 약자 나름대로 싸우는 방식이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는 지난 2023년 8월 29일, SU-35라는 유명한 중(heavy) 전투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서방 세계를 향해 F-16이나 사브 그리펜(Gripen) 같은 경량 전투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침략군 입장에서 공세적 제공작전을 펼쳐야 하는 러시아는 본토 깊숙한 곳에 있는 공군 기지에서 항속거리가 긴 중량급 다목적 전투기들을 출격시키는 전술을 택하고 있고 이를 저지하는 방어적 제공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우크라이나는 작전 반경이 넓지는 않아도 최전선 가까운 곳에 있는 보조 비행장이나 고속도로 등에서 빠르게 출격할 수 있고 구조가 간단해 유지보수가 간편한 경전투기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면 전 세계 공군들이 해당 사례를 분석하고 연구하여 미래 공중전에 대비할 것이라는 내용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비록 F-16이나 그리펜에 비해 한 체급 떨어지는 FA-50이지만 블록 20(70?)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팬텀 스트라이크 AESA 레이더와 각종 센서, 스콜피온 HMD를 비롯한 우수한 항전장비를 갖추고, AIM-9X, AIM-120 암람 심지어 최근에는 미티어(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KEPD 350K-2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통합까지 결정된 상태입니다. FA-50이 이제는 명실상부한 진정한 의미의 다목적 경전투기(Multi-role Light Fighter)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2023년 8월 29일에 게재한 기사 “Gripen, F-16... will light fighters see their image restored in Ukraine? (그리펜, F-16… 경전투기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예전의 위상을 되찾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를 번역해 본 뒤 제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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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라지 2000, 미국의 F-16 혹은 스웨덴 그리펜 같은 경량 단발 엔진 전투기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나 라팔(Rafale)처럼 훨씬 크고 다재다능한 전투기들의 인기에 짓눌려 세계 공군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경전투기들은 1970년대 이후 세계 여러 나라 공군들의 중추를 이루었는데 우수한 성능으로 높이 평가 받았을 뿐만 아니라 F-15나 F-18처럼 더 크고 무거운 전투기들보다 비용이 합리적이고 운용에 까다로운 제한이 훨씬 적게 적용된다는 이유로 크게 사랑 받았다.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서구 경전투기에 대한 환멸감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한 이후, 훨씬 더 경제적이어서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숫자를 획득할 수 있고, 보다 단순한 기반 시설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운용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경전투기들이 세계 공군들의 관심에서 밀려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 공군들은 새로이 등장한 중형(中型) 전투기들이 약속하는 다재 다능함과 긴 항속거리라는 매력 포인트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소련 해체 이후) 세계 공군들의 입장에서, (소련처럼) 압도적 물량을 자랑하는 군사력에 의해 유발되는 부정적 영향력의 중요성은 예전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 반면 단기 혹은 중기적인 관점에서 (냉전 시대처럼) 국제적인 고강도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가설은 아예 처음부터 배제되어야 할 주장으로 판단되었던 것이다.
F-16, 그리펜(Gripen) 그리고 미라지(Mirage) 전투기들이 일부 예산이 부족한 공군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세계 공군들 사이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던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규 주문 부족으로 2011년에는 미라지 2000 생산라인이 폐쇄되었고 지난 10년간 F-16의 연간 생산량이 3분의 1로 줄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1990년대에 화려하고 전도 유망하게 출발했던 스웨덴 그리펜(Gripen)의 경우, 미국 F-35A나 프랑스 라팔(Rafale)을 상대하면서 연속된 상업적 실패와 직면해야 했다. 비록 유일하게 브라질로부터 구매 주문을 받으면서 상업적 실패로 입은 손해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왜 경량 전투기 F-16과 그리펜에 집착하는 것일까?
하지만 앞으로 몇 달 어쩌면 몇 년 안에 경전투기의 유효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모든 상황들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사실, 미라지 2000, F-16 그리고 특히 그리펜은 러시아 공군력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지난 몇 달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전투기이다.
비록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쪽 모두에 촘촘하게 배치된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무력화되기는 했지만, 양국 공군은 격렬한 전투 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상군을 엄호하는 근접항공지원(CAS)이나 적의 보급기지 혹은 전투지휘통제소의 파괴 그리고 역으로 아군 지상군 및 보급기지 그리고 전투지휘통제소에 대한 적대적 항공기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까지 모두 공군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에 포함된다.
한때 동맹 관계였던 바르샤바 조약 기구의 옛 회원국들이 제공한 소련제 전투기들만 여전히 운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 체제 깊숙한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물류 흐름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군은 서방의 군사계획 입안자들이 수십 년간 잊고 있었던 문제점들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공군기지가 지니고 있는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인공위성 같은 우주 정찰수단들에 의해 공군기지의 위치나 방어상태가 쉽게 노출되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그리고 여러 종류의 무인 드론을 결합시킨 합동 공격을 방어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 등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참모본부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그리고 무인 드론 등을 활용해 엥겔스(Engels) 공군 기지에 주둔해 있는 전략 공군을 포함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에 위치한 솔치(Soltsy)-2 공군 기지에 주둔해 있는 장거리 폭격기 부대를 여러 차례 공격했기 때문에 이러한 취약성을 더욱 잘 알고 있다.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유지보수가 간단한 전투기가 필요하다!
사실 러시아 무기의 사정권 밖으로 후퇴할 수도 없고, 스스로를 완벽하게 보호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참모본부는 보조 비행장이나 심지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임시로 설치한 활주로에서도 운용이 가능한 소형 전술기 부대들을 찾기 시작했다.
F-16이나 그리펜 같은 경량 단발 엔진 전투기가 가장 큰 부가 가치를 제공하면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F-35나 F-15 혹은 라팔(Rafale)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유지보수가 어려운 중대형 전술기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쉽고 간단한 구조 및 유지보수 능력을 자랑한다.
(이 대목을 읽다가 문득 FA-50도 그리펜처럼 고속도로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FA-50 소식통에게 문의했던 적이 있습니다. 해당 소식통은 “FA-50 역시 처음부터 고속도로를 활주로로써 이용해야 할 상황을 상정하여 설계되어있다”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해당 소식통은 FA-50이 이륙 및 착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도로의 강성’이 충분한지가 오히려 문제될 수 있다는 말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역주)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전선에 보다 더 가깝게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국 공군의 필요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존재는 특히 경전투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전투기들이 더 크고 중무장한 중(heavier) 전투기들보다 생존성이나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전선에 보다 가깝게 배치하여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리 및 유지보수가 편리하다는 장점은 이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킨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오늘날 우크라이나 당국이 스웨덴 정부로부터 그리펜(Gripen)을 확보하기 위해 그처럼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스웨덴 그리펜은 애초에 ‘최전선에 보다 가깝게 배치하여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기체가 분명하며 이러한 전투 교리에 가장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투기이기도 하다.
이기거나 죽거나. 그리펜, F-16이 러시아 전투기들에게 던지는 승부수
미국의 경전투기 F-16 그리고 바라건대 스웨덴 그리펜이 우크라이나 공군에 도입됨으로써, 러시아 공군과 우크라이나 공군의 서로 반대되는 두 전투 교리가 직접적으로 대결하는 상황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한쪽(우크라이나)은 최전선에 상대적으로 근접한 지역에 F-16과 그리펜 같은 경전투기를 배치할 것이고, 다른 한쪽(러시아)은 멀리 떨어진 공군 기지에 Su-35 같은 중량급 전투기를 배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만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한쪽이 공중전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한다면 전 세계의 많은 공군들은 어떻게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를 분석할 것이고 동시에 자신들이 전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분석된 결과를 재현하려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공군의 공중전 능력이 얼마나 진화해 나갈 것인지는 F-16, 그리펜 그리고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고성능 단발엔진 경량 전투기의 미래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러시아가 설계한 전투기의 신뢰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연 이번 대결에서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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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2023년 8월 29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경전투기들이 더 크고 중무장한 전투기들보다 생존성이나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전선에 보다 가깝게 배치하여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리 및 유지보수가 편리하다는 장점은 이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킨다” 라는 대목이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만 해도 공세적 제공작전이 아닌 방어적 제공작전에서 FA-50이 가질 수 있는 효용성을 지적하는 발언에 대해 “체급이 작아 작전반경이 좁고 무장탑재력도 떨어지는 FA-50은 북한이라면 몰라도 중국 전투기들과 비교한다면 생존성과 임무 수행능력이 너무나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규모 면에서 중국 공군보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러시아 공군을 상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경전투기 수 십대만 운용할 수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은 바다를 건너거나 북한을 넘어야 대한민국의 영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불리한 입장에 있습니다.
제공권 확보 작전의 난이도는 작전 거리와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행 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탐지될 확률이 높아지고 공대공, 지대공, 함대공 요격 수단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지며 파일럿의 피로도 또한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최대한 한반도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중국 항모전단이 유효한 공격 수단이 되겠지만 함재기들이 모든 방어망을 뚫고 한반도 가까이 접근하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예상했던 공군 기지가 아닌 보조 비행장이나 고속도로에서 출격하는 FA-50 블록 20는 중국 공군기들에게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 사례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 FA-50이 블록 20로 업그레이드된다고 해도 항속거리나 무장탑재력에서 여전히 F-16 혹은 사브 그리펜보다 열세를 면하지 못하는 전투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팩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F-16의 최신 버전인 F-16 블록 70/72는 물론 최신형 그리펜 NG 모두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뺨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자료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기는 해도 F-16 블록 70/72는 물론 최신형 그리펜 NG의 시간당 운용유지비는 몇 천만 원 선에서 이야기되고 있지만 FA-50 블록 20의 시간당 운용유지비는 500만 원대로 알려져 있고요. F-16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F-16을 운용해봤던 국가라면 손쉽게 수리 및 정비가 가능하고 현재 양산이 진행되고 있어 예비 부품이나 군수지원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 공군이 “FA-50 10만 시간 무사고 달성”을 축하했을 정도로 간단하고 튼튼한 기골을 가지고 있어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죠.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를 읽어보면 폴란드 밀리터리 매니아들 중에서도 FA-50의 이러한 장점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술기 숫자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 폴란드 공군인데 보유하고 있는 F-16C/D 48대의 절반 비용으로 FA-50PL 48대를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다행이라는 것입니다. FA-50PL에 KEPD 350K-2 장공지와 미티어까지 통합되는 시점이 되었을 때쯤이라면 아마 폴란드 공군에 없어서는 안될 일꾼 자리를 꿰어 차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적진 종심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야 할 필요가 없는 방어적 제공작전을 펼치는 전술기 입장에서 3시간 이상의 체공 능력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전투기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FA-50 블록 20의 경우, 후방 좌석 개조와 300갤런 연료통 추가로 체공 시간 3시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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