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생각보다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2015년 10월 25일 게재된 The Korea Times 기사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우즈베키스탄은 T-50 골든 이글 12대를 4억 달러, 당시 환율로 4,540억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단계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기술 유출 가능성’과 ‘외교 정책’을 이유로 들며 T-50 우즈베키스탄 판매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그 결과 해당 계약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 협력기구의 정회원으로서 8년 전인 2015년만해도 미국 입장에서는 ‘의심스럽기 그지없는’ 나라들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T-50 판매 반대 결정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준비 과정에 관여했던 소식통에 따르면 T-50 도입에 대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태도는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 국방부 장관이 방한하여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에서 T-50 시뮬레이터에 직접 탑승하기도하고 우리 공군 관계자들도 T-50 판매를 성공시키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공군 주요 인사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는 사실을 여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T-50을 기반으로 전투형으로 파생된 FA-50에 대해 우즈베키스탄이 여전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사실 프랑스 라팔(Rafale)과 대한민국 FA-50 블록 20는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체급이 다른 전투기입니다. F-16을 기준으로 한 체급 작은 기종이 FA-50이고 F-16을 기준으로 한 체급 더 큰 기종이 라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이 프랑스 라팔(Rafale)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는 외신에 KAI FA-50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 답은 바로 가성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Air Recognition이 2023년 11월 29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한 이후 좀 더 상세하게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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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러시아, 중국, 터키의 동맹국이자 옛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이 프랑스 라팔(Rafale) 다목적 전투기 24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인텔리전스 온라인(Intelligence Online)이 처음 공개하고 나중에 라 트리뷴(La Tribune)에 의해 확인된 이 정보는 우즈베키스탄의 지정학적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1994년 프랑수아 미테랑의 방문 이후 30년 만에 처음 이루어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원래 에너지, 특히 그 중에서도 우라늄 같은 주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은 프랑스 핵추진 항모 및 잠수함에 필요한 우라늄을 두 번째로 많이 공급하고 있는 국가이며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지하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 회담에서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라팔(Rafale) 전투기 조달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MiG-29 38대, Su-27 25대 그리고 약 20여대의 Su-25를 보유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공군은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제대로 된 신형 전투기를 단 한 대도 인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 계획된 라팔(Rafale) 통합 계획은 우즈베키스탄 공군력 현대화에 상당한 진전을 의미할 수 있는데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단좌형 20대, 복좌형 4대로 총 24대의 라팔을 최신 F4 버전으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F4 버전의 라팔 구매를 위한 다쏘 항공(Dassault Aviation)과의 계약 가능성은 '매우 진지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즈베키스탄은 대한민국이 제작한 FA-50 '파이팅 이글' 경전투기 선택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외신을 읽다 보면 정말 자주 보이는 실수가 있습니다. ‘골든 이글’은 T-50에 붙은 별칭이고 T-50의 전투 파생형 FA-50부터는 ‘파이팅 이글’이라는 별칭을 따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몽땅 ‘골든 이글’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제가 수정하여 번역하고 있습니다. 역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이 공동으로 개발한 FA-50은 전투입문을 비롯한 고급 훈련 과정과 경공격 임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경전투기이다. FA-50은 중거리용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를 갖추고 있으며 공대지 공격임무와 방공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라팔(Rafale)처럼 보다 진보된 첨단 제공 전투기에 비해 무장탑재력은 떨어지지만 근접항공지원(CAS)임무와 항공경찰 임무에 있어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FA-50은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 비용과 운용 비용 덕분에 도입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국방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기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다쏘(Dassault) 항공의 라팔(Rafale)은 제공권 장악, 공대지 타격, 정찰 그리고 핵 억지력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다목적 전투기이다.
라팔은 공대공 또는 공대지 전투에서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하고 교전할 수 있는 첨단 레이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라팔은 또한 통합 전자전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현대 공중전 환경에서 높은 생존성을 제공한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다수의 항공 유도 폭탄 등이 포함된 광범위한 종류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은 라팔을 매우 다재다능한 전투기로 만든다.
(Air Recognition이 묘사하고 있는 FA-50 대비 라팔이 보유하고 있는 장점들 중 무장탑재력이 월등하다는 지적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F-16보다도 한 체급 작은 FA-50의 무장탑재력이 5톤 내외인데 반해 F-16보다도 한 체급 큰 라팔의 무장탑재력은 10톤 내외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탑재할 수 있는 무장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향후 FA-50과 라팔 사이의 격차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KKMD를 통해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현재 MBDA가 만든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Meteor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 그리고 타우러스 시스템즈가 생산하는 KEPD 350K-2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FA-50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능력이 대폭 개선된 FA-50 블록 20의 등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역주)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우즈베키스탄이 마침내 서방 군사 장비로 눈을 돌리는 모습은 역사적인 전환점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보여준 라팔 구매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명하고 있듯이 구 소련 연방에 속해 있었던 지역의 역내 지정학적 구조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기간 동안 라팔 구매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카자흐스탄의 라팔 구매 주문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러 성향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이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전략적 반전(反轉) 현상은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안정성과 동맹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서방 군사기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라팔(Rafale)에 대한 관심은 향후 우즈베키스탄이 친서방 국가로 새롭게 재편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역학관계와 군사동맹 관계에 더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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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Air Recognition이 2023년 11월 29일에 게재한 기사” Uzbekistan eyes French Rafale Multirole Fighter or Korean F/A-50 Light Combat Aircraft (프랑스 다목적 전투기 라팔 또는 대한민국 FA-50 경전투기에 눈독 들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2022년 2월 10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 판매된 라팔(Rafale) 42대에 대한 프로그램 가격은 약 81억 달러로 이를 42대로 나누어보면 대당 가격은 약 1억 9,285만 달러, 현재 환율로 한화 2,500억 정도가 됩니다.
어마어마한 가격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인도에게 판매된 라팔의 대당 프로그램 가격입니다. 해외매체 Only Fact가 2023년 7월 14일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는 인도에게 라팔 36대를 87억 달러에 판매했는데요. 이를 대당 가격으로 나눠보면 2억 4,166만 달러, 현재 환율로 한화 3,100억이 넘습니다. 인도 내부에서도 ‘비리’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그치지 않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금액이기 때문에 Only Fact가 그 내용을 파헤치는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KKMD를 통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군사전문지 Defense News가 2022년 9월 17일에 게재한 기사에 따르면 폴란드는 48대의 FA-50PL을 총 금액 30억 달러로 구매했고 이를 대당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6,250만 달러, 현재 환율로 한화 800억 정도입니다. 따라서 대당 2,500억대인 라팔 24대를 구매할 돈으로 대당 800억대인 FA-50 블록 20를 구매한다면 70대 이상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프로그램 비용 기준)
지금까지 여러 번 강조했지만 FA-50은 라팔보다 구조가 간단해서 내구성이 우수하고 수리 및 정비가 손쉬울 뿐 아니라 시간당 운용유지비도 500만원 정도로 라팔의 1/4~1/5 정도에 불과합니다. 다만, FA-50은 체급상 한계 때문에 무장탑재력과 작전반경이 라팔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기사 번역 중에 짧게 언급했듯이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KEPD 350K-2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이 통합되고 방어적 제공작전 위주로 운용된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24대의 라팔이냐? 70대의 FA-50이냐? 에 대한 우즈베키스탄의 고민 포인트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KKMD 640화 『FA-50의 미래가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경전투기의 가치』편을 참고하신다면 우즈베키스탄이 왜 라팔을 두고 FA-50을 저울질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영상을 마치기 전에 해당 기사 내용에 대해 “우즈베키스탄은 이미 라팔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50을 들먹이는 것은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들러리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라는 분석도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방산계약 특성상 결과를 확인하려면 최소 2~3년은 기다려야 할 테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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