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이 개발 및 생산하고 있는 고등제트훈련기 T-7A 레드호크의 양산일정이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또 다시 1년 더 연기되었고 이로 인해 T-7A가 초도작전능력(IOC)을 갖추는 시기 역시 2028년 이후로 늦춰지게 되었다고 지난 2024년 3월 13일 미국의 군사전문지 Defense One이 보도했습니다.
2023년부터 양산 과정(마일스톤 C)을 시작한다는 것이 보잉의 원래 계획이었지만 비행제어시스템 문제(윙락 현상)와 탈출좌석을 포함한 비상탈출시스템의 오류 때문에 2024년으로 연기되었다고 Defense News가 2022년 12월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2024년 3월 미 공군은 가타부타 원인을 밝히지 않은 채 T-7A 양산 일정을 2025년으로 또 다시 연기시켰다는 것입니다.
Defense One과의 인터뷰에 응한 미 공군 조달차관보 앤드류 헌터에 의하면 더 심각한 문제는 T-7 프로그램 진행 상황에 따라 마일스톤 C(양산) 시작 시기에 얼마든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데 있습니다.
“상대방보다 확연하게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여 일단 승리를 거머쥐고 초기 생산로트에서 다소의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이후 체결되는 생산로트 계약과 수십 년간의 군수지원 계약으로 이익을 얻는” 전략을 선택하면서 여러 차례 짭짤한 재미를 보았던 보잉이었지만 T-7 프로그램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이익은 고사하고 한화 1조 7천억에 상당하는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입니다. T-7 프로그램이 1년 지연될 때마다 누적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요.
최근 민간 부문 대표 제품인 737 기종에서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사고를 발생시키고 있는 보잉(Boeing)인데요. 군수 부문의 T-7A 레드호크 프로그램마저 말썽을 일으키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상황입니다.
그럼 2024년 3월 13일 미국의 군사전문지 Defense One이 보도한 기사 “Air Force’s T-7 trainer delayed another year (미 공군의 T-7 훈련기 또 다시 1년 지연되다)”를 번역해 본 뒤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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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서에 따르면 미 공군의 신형 고등훈련기 T-7A 의 경우 2028년을 넘어서야 비로소 초도작전능력이 갖춰질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T-7A 프로그램이 예정보다 1년 더 지연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T-7A는 올해 2024년부터 실전 배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테스트 결과 탈출용 사출 좌석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실전 배치 날짜가 여러 번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2024년 3월 11일 2025 회계연도 예산 편성안과 함께 제출된 예산 타당성 문서에 따르면 T-7A의 초도작전능력 확보는 회계연도 2028년 2분기까지로 연기되었다.
해당 문서는 T-7A 실전배치가 또 다시 연기된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미 공군은 해당 문서가 발표되었을 당시 연기 사유에 대해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았고, 보잉 역시 미 공군과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고 있다.
보잉(Boeing)과 사브(Saab)가 합작한 T-7A는 사용한지 반세기나 지난 미 공군의 노후 훈련기 T-38 탈론을 대체하고 5세대 전투기에 탑승할 새로운 조종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지난 수년간 추락 사고를 일으켜온 T-38을 좀 더 빠른 속도로 교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미 공군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2025년 작성된 미 공군 예산안은 올해 계획했던 T-7의 구매숫자를 원래 계획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7대로 줄이면서 2억 3,500만 달러, 한화 3,100억 정도를 책정했다. 미 공군의 이러한 움직임은 예산이 감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T-7 테스트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난 3월 12일 미 공군 조달담당 차관보를 맡고 있는 앤드류 헌터(Andrew Hunter)가 미 하원 군사위원회 해상전력투사군 청문회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말했다.
헌터 미 공군 차관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T-7A는 예상보다 조금 늦게 비행시험 프로그램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마도 양산 과정 역시 예상보다 조금 늦게 시작될 것 같다는 말씀도 함께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비행시험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2025 회계연도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미 공군)는 2025년 예산에서 생산 비용을 요청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양산 시기는 좀 더 늦어질 것 같습니다."
헌터 차관보는 또한 업계 전문 용어로 '마일스톤 C'라고 불리는 T-7A의 공식적인 양산 시기가 원래 계획이었던 2025년 2월부터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일스톤 C를 언제 수행할 지 여부는 추후 결정하게 될 것이며 프로그램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테스트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미 공군 수뇌부는 원래 2023년 12월에 T-7 양산을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작년 그들은 T-7 양산 날짜를 2025년 2월로 미뤄야만 했었다.
현재 예산 관련 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개발 테스트 및 평가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2025년 5월이며 초도 작전 테스트 및 평가는 2026년 1월에 시작될 예정이다. 마일스톤 C는 현재 2025년 5월로 예상되고 있는데 제1차 저율초기생산[LRIP]으로 양산된 물량의 인도는 2026년 4월로 예상되고 있다.”
보잉은 성명을 통해 2025 회계연도에 미 공군으로부터의 보상을 기대하고 있으며 "미 공군과 협력하여 마일스톤 C로 진행할 수 있는 준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역량기반 심사기준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보잉 대변인은 올해 중반까지 새로운 T-7 생산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라며 "그 직후 생산 라인에 첫 번째 부품들을 적재하여 초기저율생산(LRIP)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군은 시제기 5대를 포함해 총 351대의 T-7 훈련기를 구매할 계획이다. 대변인에 따르면 보잉은 테스트용 T-7 시제기 3대를 미 공군에 인도했으며 마지막 2대 역시 곧 인도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2월 부품 품질 문제와 공급망 문제로 인해 마지막 두 대의 T-7 훈련기 인도가 지연되었다고 보잉이 밝힌 바 있다.
보잉은 이 훈련용 제트기에서 무려 13억 달러, 한화 1조 7천억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8년에 진행되었던 T-X 수주전에서)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여 승리했지만 각종 지연 사태와 이로 인해 늘어나는 비용 문제 때문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T-7은 보잉이 상대방보다 확연하게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여 승리를 거머쥔 이후 초기 생산로트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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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4년 3월 13일 미국의 군사전문지 Defense One이 보도한 T-7A 관련 내용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T-7A 레드호크의 양산 시기가 또 다시 1년 늦춰진다는 해당 뉴스는 언뜻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한 것처럼 이해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첫째. 아직 성숙하지 못한 단계의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설계를 진행했던 탓에 T-7에 추가적인 결함이 등장할 여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과 둘째. 양산 시기(마일스톤 C)의 지연으로 인해 T-7의 초도작전능력(IOC)가 2028년 이후로 연기된다는 것은 미 공군이 2025년쯤 진행할 예정인 고등전술훈련기(ATT)사업은 물론 미 해군의 전술대체훈련기(TSA), 신규 훈련기(UJTS) 사업에서의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미 해군은 빠르면 2025년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던 전술대체훈련기(TSA), 신규 훈련기(UJTS) 사업을 별 다른 이유 없이 2년 정도 늦춘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보잉 봐주기가 아닌가? 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조치입니다.
미 공군의 경우 이미 고등훈련기로 T-7A 도입을 결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고등전술훈련기(ATT)를 KAI & 록히드의 TF-50으로 선정한다면 신규 파일럿 양성에 T-7A → TF-50 → 최전방 전술기라는 세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반면 고등전술훈련기(ATT)도 T-7A 파생형으로 선정한다면 이 과정을 두 단계로 압축할 수 있게 되죠. 여기 더해 이미 350여대의 T-7A를 도입했지만 고등전술훈련기(ATT)까지 T-7A 파생형으로 도입해서 국가 정책적으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보잉(Boeing)을 도와줘야 한다는 압력까지 존재합니다. 미 공군이 ‘앓던 이 빼는 심정’으로 T-7A 대신 TF-50을 선택하고 싶어도 상당한 부담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미 해군의 신규 훈련기(UJTS) 사업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물론 워 존(War Zone)처럼 미 해군의 훈련기도 보잉의 T-7N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군사전문지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미 공군 내부 상황에 밝은 공군 소식통은 제게 “미 공군과 미 해군 사이에 존재하는 알력의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여러 번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공군이 T-7A를 선택했는데 굳이 우리가 왜?”라는 정서가 미 해군 사이에 팽배해 있으며 실제 RFI상 요구되는 기체 골격 내구도에서 보잉의 T-7A는 KAI TF-50N에 비해 상당한 열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T-7A의 최대이륙중량은 5.5톤으로 12.3톤인 FA-50과는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을 정도로 가벼운 기체입니다. 기체 골격의 튼튼함은 최대이륙중량과 비례한다는 사실은 항공업계의 기본 상식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보잉 홈페이지에 T-7A 레드호크의 스펙이 공개되었는데 여전히 최대이륙중량이 얼마인지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8년 T-X 수주전 이후 무려 6년이 지났고 시제기도 날아다니는 시점에서 이 정도까지 최대이륙중량을 감추는 것을 보면 분명 뭔가 찜찜한 부분이 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미 공군 고등전술훈련기(ATT) 사업에 승리한다고 해도 따낼 수 있는 물량이 작으면 수십 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에 비해 미 해군의 신규 훈련기(UJTS) 사업은 기본적으로 200대 물량이 보장되고 미 공군 ATT 개념에 해당하는 대체전술항공기(TSA) 사업까지 따낸다면 거의 300대에 가까운 물량을 따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KAI는 처음부터 미 해군 훈련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고 미 공군 ATT 사업은 “되면 좋고, 안돼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등전술훈련기(ATT) 사업보다 미 해군의 신규 훈련기(UJTS) 사업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한 KAI에 대해 미 공군이 입을 삐죽이며 “상당히 섭섭하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는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의 전언이었습니다.
미 공군도 KAI & 록히드 마틴의 TF-50이 보다 나은 선택임을 잘 알고 있지만 2018년 T-X 수주전에서 보잉을 선택한 결과 이제는 ‘엎질러진 물’ 격이 되고 말았는데 엉뚱하게도 미 해군이 신규 훈련기로 TF-50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으니 부아가 치밀고 배 아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덕분에 KAI와 대한민국 공군도 미 공군과 미 해군 사이에 끼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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