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팔(Rafale)의 강력한 적수로 등장한 대한민국 KF-21 보라매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던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지난 2024년 5월 7일 FA-50 파이팅 이글에 대해 게재한 기사를 꼼꼼하게 뜯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KF-21 보라매에 대한 기사들과는 달리 우호적인 내용들이 많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KAI FA-50의 성능은 ‘꽤 괜찮은 정도’를 넘어선 수준이며 FA-50의 가격 대 성능비 또한 매우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나 “이른바 우수한 성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입 및 운용 유지비라는 장점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어 세계를 주름잡았던 노스롭의 경전투기 F-5 프리덤 파이터의 뒤를 잇기에 충분한 전투기”라고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더구나 “설득력 있는 상업적 주장, 칼 같은 조달기한 엄수 그리고 미국 항공 산업에 대한 매력적인 보상이라는 수단을 통해 미(美) 훈련기 시장 진출이라는 대한민국의 야심은 어렵지 않게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라는 문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서방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우수한 항공우주산업계와 라팔(Rafale)이라는 걸출한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군사전문지로부터 “FA-50의 미국 시장 진출은 어렵지 않게 실현될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얼떨떨하면서도 전혀 근거 없는 분석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먼저 2024년 5월 7일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본 뒤 제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Meta Defense 기사 원문은 노란색 글자로, 제 사견이나 역주는 하얀색 글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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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대한민국 공군에 취역한 T-50 훈련기는 KAI FA-50 경전투기의 모태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미국 록히드 마틴과 손잡고 설계한 최초의 초음속 터보제트 전투기다.
3중으로 설계된 전자식 비행 조종장치와 뛰어난 성능의 현대식 항전장비를 갖춘 훈련기인 T-50은 첨단 전투기 조종사 양성 분야에서 빠르게 성공을 거두었다. 대한민국 공군으로부터 60대, 인도네시아 공군으로부터 16대 주문을 받은 후, 태국 왕립 공군으로부터 14대를 주문 받았다.
F/A-18 호넷과 JAS-39 그리펜 C/D와 동일한 GE F404 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T-50은 이후 뛰어난 성능을 지닌 전투기로 진화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대한민국 공군이 22대 주문한 TA-50 경공격 버전으로 진화했고 이후 이라크에 24대, 필리핀에 12대 수출된 2인승 다목적 경전투기 FA-50 버전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폴란드가 블록 10 버전의 FA-50GF 12대와 블록 20 버전의 FA-50PL 36대를 주문했고 말레이시아 역시 FA-50 블록 20 18대를 도입했다.
T-50 고등훈련기에서 파생된 FA-50 경전투기
현재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교체되고 있는 미국산 경전투기 F-5 프리덤 파이터에 비견되는 FA-50은 우수한 항전장비를 탑재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경전투기이다. TA-50 과 FA-50 블록 10의 경우 이스라엘산 EL/M-2032 기계식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지만 FA-50 블록 20 버전부터는 레이시온(현 RTX)의 팬텀스트라이크 AESA 레이더를 탑재하게 된다.
최신 버전인 블록 20에서 FA-50 파이팅 이글은 7개의 하드 포인트에 아스람(ASRAAM), 아이리스-T(Iris-T), AIM-9X 사이드와인더 같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들과 AIM-120 암람(AMRAAM) 같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그리고 활강 유도폭탄 JDAM과 JSM 대함 미사일 등이 포함된 다양한 종류의 공대지 공대함 무기들을 장착할 수 있다. 영국 SPEAR 3와 브림스톤(Brimstone), 유명한 독일산 KEPD 350K-2 타우러스 등이 FA-50이 운용할 수 있는 공대지 무기에 포함된다. 흥미롭게도 FA-50은 205발의 탄약이 장전된 20㎜ 3열 기관포도 내부에 장착하고 있다.
길이 13.1m, 날개 폭 9.45m에 불과한 이 콤팩트한 전투기는 공허 중량 6.5톤, 내부 연료 포함 최대이륙중량은 13.5톤이다. F404 터보팬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FA-50은 드라이 추력 6톤(12,000파운드)과 애프터 버너 추력 8.5톤(17,700파운드)을 낼 수 있는 등 탁월한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복좌형인 FA-50 블록 20는 최고속도 마하 1.5, 1만 5,000m에 가까운 실용상승한도, 1,800㎞에 이르는 기본 항속거리를 가진 덕분에 전투행동반경이 F-16과 큰 차이 없는 600㎞에 가깝게 나오지만 무장탑재력에서 F-16의 70%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FA-50의 현재 전투행동반경은 450㎞ 내외로 서술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역주)
단좌형으로 출시될 KAI FA-50의 미래는?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KAI FA-50의 성능이 "꽤 괜찮은 정도"를 넘어선 수준이라면 FA-50의 가격 대 성능비 또한 매우 합리적인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시하고 있는 FA-50 블록 20의 가격은 약 4,500만 달러, 한화 600억 정도로 스웨덴 JAS 39 그리펜 D보다 35% 저렴하고 F-16V와 비교하면 50% 저렴한 가격이다.
일정한 전술기 숫자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더라도 가진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전 세계 수많은 공군들에게 있어 비록 고등훈련기에서 파생된 전투기이기는 하지만 FA-50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라크와 폴란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FA-50의 제한적인 전투행동반경 범위가 소요군이 요구하고 있는 성능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된다면 더욱더 매력적인 옵션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한된 전투행동반경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제약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바로 FA-50이 복좌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조종석을 두 배 크기로 확장하고 탈출 시트를 하나 더 추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단좌화를 통해 불필요한 장비들을 제거하면 생산비 절감 효과는 물론 기체 중량을 300~400㎏ 정도 감소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FA-50 단좌형은 줄어든 기체의 중량만큼 효율적으로 연료를 추가시킬 수 있고 이는 곧 전투행동반경의 확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방위사업청(DAPA)의 지원을 받는 항공기 제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최근 FA-50 파이팅 이글 단좌형 버전 개발에 650억 원, 4,500만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단좌형 개발 목표에 대해 투입되는 예산을 고려하여 기체 형태에 대한 변형을 최소화하고 후방 좌석을 보조 연료탱크로 교체하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FA-50의 작전행동반경은 150㎞ 증가된 750㎞에 도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Meta Defense가 인용하고 있는 FA-50의 작전행동반경 600㎞는 국내 자료들이 밝히고 있는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 자료들은 FA-50의 작전행동반경을 444㎞ 라고 밝히고 있어 단좌화를 통한 공대공 작전행동반경 범위 30% 증가가 적용되어야 600㎞에 근사한 수치인 577㎞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Meta Defense가 단좌형으로 개량되어 30% 증가된 작전행동반경을 복좌형 작전행동반경으로 착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주)
FA-50 전투기의 후방 좌석이 무게 중심에 가까운 쪽에 위치한 덕분에 실제로 전투기의 무게 중심에 변화를 일으켜 그에 따른 기동성을 손상시키는 일 없이 약간의 수정만으로 비교적 손쉽게 단좌형으로 개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F-5 프리덤 파이터의 후계자?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에 따르면 단좌형 FA-50은 2030년 이전에 실전 배치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는 현재 18개 나라 공군들이 아직까지 운용 중인 F-5 프리덤 파이터를 대체하기에 완벽한 시기이다.
실제로 FA-50 파이팅 이글은 1959년부터 1987년까지 노스롭(Northrop)이 무려 3,600대나 생산해 냈던 전설적인 전투기 F-5 프리덤 파이터의 장점들, 이른바 우수한 성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입 및 운용 유지비라는 장점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FA-50이 단발 엔진 전투기로 설계되어있다는 사실에 힘입은 바가 크다. 더욱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세계 여러 나라 공군들과 FA-50의 훈련기형 버전이나 경전투기형 버전에 대해 계속 협의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은 훈련기 겸 경전투기 시장에 진출하고 나아가 F-5 프리덤 파이터 교체 시장까지 뻗어 나가기 위해 미 국방부를 파트너로 선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 국방부가 주관하는 미국 시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 해군의 첨단 고등훈련기(UJTS)가 되었든, 미 공군이 필요로 하는 고등전술훈련기(ATT)가 되었든 미국은 앞으로 몇 년 안에 500대에 달하는 경전투기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고 TF-50이나 TF-50N 같은 FA-50 계열 전투기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또한 미 해군 및 미 공군에게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매력적인 가격 조건 및 인도 기한 그리고 협력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의도를 보이고 있다.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 모두 훈련기 겸 경전투기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시장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KAI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T-7으로 입찰하는 보잉은 그렇다 쳐도 KAI와 합작하여 FA-50의 파생형 TF-50으로 입찰하는 록히드 마틴에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표현을 쓰는 프랑스 Meta Defense의 기사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KA와 록히드 마틴은 서로 협업하여 보잉을 상대하는 동맹 관계이지 경쟁관계는 아니기 때문이죠. 역주)
그러나 설득력 있는 상업적 주장, 칼 같은 조달기한 엄수 그리고 미국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매력적인 보상이라는 수단을 통해 대한민국의 야심은 어렵지 않게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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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4년 5월 7일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게재한 기사 “The KAI FA-50 will be available in a single-seat version by South Korea (대한민국, KAI FA-50을 단좌형으로 개량한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를 읽고 난 후 Meta Defense가 FA-50 단좌형이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겹치는 시장이 없다”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프랑스 공군이 주력 고등훈련기로 사용해왔던 기종은 독일과 합작하여 제작한 100여대의 알파 젯(Alpha Jet) E였는데요. 1978년 실전 배치되기 시작해 운용된 지 45년이 지난 상황입니다. 알파 젯E는 현재 노후화 문제 때문에 상당수 퇴역을 했고 프랑스 공군 수뇌부는 스위스 필라투스(Pilatus)의 단발 프롭 훈련기 PC-21을 17대 도입하여 파일럿 훈련에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파일럿들의 반응은 좋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파 젯E가 낡기는 했어도 마하 0.85(시속 1,000㎞)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아음속 제트 훈련기인데 반해 PC-21은 프롭 훈련기로 최대 속도가 마하 0.5(시속 624㎞)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알파 젯 E로 더 우수한 훈련효과를 보이자 이런 논란은 더욱 커졌지만 프랑스 공군은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Meta Defense가 지난 4월 19일에 게재한 기사에 이런 내용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요. 이탈리아 M346과 영국, 이탈리아, 일본이 공동개발하기로 한 GCAP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고등훈련기 그리고 체코 아에로 보도초디와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모두 논의 단계에 그치고 있습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현재 프랑스 공군은 쓸만한 고등훈련기가 전무한 상황에 빠져 있으며 차기 고등훈련기를 선정하고 싶지만 항공우주강국이라는 자존심과 자국 항공우주산업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라팔(Rafale)의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이 있는 KF-21 보라매에 대해서는 프랑스 언론들도 신경 쓰며 비판하기 바쁘지만 고등훈련기 겸 경전투기 분야의 FA-50에 있어서 만큼은 프랑스가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경쟁 기종이 없기 때문에 솔직한 평가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해당 카테고리에서 FA-50의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