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슨 본’ 맷 데이먼과 ‘배트 맨’ 크리스천 베일이 함께 출연한 영화 ‘포드 대 페라리’ 라는 영화를 혹시 보셨습니까?
1960년대, 매출 감소에 빠진 미국의 포드 자동차는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스포츠카 레이스 분야에서 절대적 권위를 자랑하던 이탈리아 '페라리'와의 인수합병을 추진합니다. 그러나 포드 자동차가 엄청난 자금력으로 밀어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 계약은 실패했고 페라리 창업주 엔초 페라리로부터 “미국에도 스포츠카가 존재하느냐?”라는 모욕까지 당한 헨리 포드 2세는 페라리를 박살 낼 수 있는 스포츠카를 만들 것을 지시하게 됩니다.
갑자기 왠 자동차 이야기냐고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서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본사에서 이광민 항공사업부장과 한국형 F414 항공엔진 개발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2024년 6월 2일 “South Korea seeks to join top arms dealers with new fighter jet engine (신형 전투기 엔진 개발을 통해 세계 최상위권 방산수출국이 되고자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몇 가지 공개되고 있습니다만 파이낸셜 타임즈의 논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국형 F414 엔진 개발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창원대학교 첨단방위공학과의 김호성 교수의 말을 인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KF-21은 물론 국산 항공엔진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에서 엔진을 구매하는) 글로벌 협력이 한국에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은연 중에 강조하고 있죠.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 역시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 진행 중에 그러한 논조를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산 항공엔진 개발의 리스크를 강조하는 일부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요.
어쨌든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포드와 페라리의 경쟁을 예로 들며 “포드(한화)가 페라리(GE)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기사를 읽으며 KF-21 보라매가 초도 비행에 성공하고 초음속 돌파, 공중급유 및 무장 실사격에 성공한 이후 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오래간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KF-21 보라매가 아직 KF-X였던 시절,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비추어 봤을 때, 독자 전투기 개발은 시기 상조이며 그 돈으로 차라리 미국 F-35A를 더 많이 구매하는 것이 국방력 강화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논조를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었습니다.
창원대학교 첨단방위공학과의 김호성 교수님에겐 죄송한 마음이지만 파이낸셜 타임즈가 2024년 6월 2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본 뒤, 김호성 교수님과는 다른 제 생각을 말씀 드려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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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무기 수출국으로써의 가치 사슬을 높이고 자주 국방 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 최대 방산기업인 한화가 한국형 전투기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시스템 책임자는 이르면 2036년까지 한국형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기체계 개발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서울 본사에서 진행된 파이낸셜 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적 이익 향유는 물론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자체 항공기 엔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즈에게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5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게 될 것이며 우리가 높은 진입 장벽에 직면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엔진을 생산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자체 능력으로 소형 엔진 개발에도 성공했으며 강력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주력전차, 자주포 그리고 로우급 전투기 같은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은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 중 하나가 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투함, 미사일, 헬기용 엔진을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첨단 전투기 엔진을 생산한 적은 없다. 한화는 세계 항공기 엔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프랫 앤 휘트니(Pratt & Whitney), 그리고 롤스 로이스(Rolls-Royce)에게 부품을 공급해 주는 주요 업체이다.
한화는 2050년까지 자체 개발한 항공 엔진의 매출 목표를 25조원으로 잡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한국형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26년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인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량형에 탑재될 예정이다.
한화는 현재 제너럴 일렉트릭(GE)로부터 면허를 받아 KF-21보라매에 사용되는 F414 터보팬 엔진을 조립 생산하고 있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우리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F414급 엔진과 비슷하지만 추력과 연비가 훨씬 뛰어난 엔진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형 F414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탈리아 페라리에 대항하기 위해 무모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경주용 자동차 만들기에 나섰던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사례를 언급하며 “포드(한화)가 페라리(GE)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중국 같은 6개 나라만이 최신예 전투기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자체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기업 IHI는 일본 정부가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을 때 자체 엔진 시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IHI는 현재 일본이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영국 및 이탈리아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에 따라 영국 롤스로이스와 협력하고 있다.
수년 동안 이어진 지연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는 카베리(Kaveri)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와 협력하고 있다. 터키 역시 전투기용 엔진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영국 롤스로이스와 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프랑스의 사프란, 러시아의 UEC-아비아드비가텔(Aviadvigatel), 우크라이나의 이브첸코-프로그레스(Ivchenko-Progress) 그리고 중국의 AECC 역시 항공 엔진을 생산한다.
한화는 한국 국내에 3천만 달러 규모의 항공 엔진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항공엔진 관련 국내 기술인력의 수를 현재 200명에서 600명으로 3배 늘릴 계획이다. 한화는 미국과 유럽에 해외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으며 자체 항공 엔진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다른 회사와 협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민국 공군이 국산 엔진을 탑재한 개량형 KF-21 보라매를 구매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이들 개량형 KF-21 보라매를 중동, 동남아시아 그리고 동유럽 국가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지정학적 이유로 미국산 전투기를 구매할 수 없는 국가나 값비싼 미국산 전투기를 구매할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는 국가들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선임 연구원인 더글러스 배리(Douglas Barrie)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적어도 (국산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적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항공엔진 개발과 관련된 복잡한 과제들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립 창원대학교 첨단방위공학과의 김호성 교수는 항공엔진 개발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경고했다.
김호성 교수는 "섭씨 2000도 이상의 높은 연소열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제트 엔진 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가장 복잡한 기술적 위업"이라며 "심지어 중국도 최근까지 연소열과 관련된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더 적은 비용으로 품질이 뛰어난 무기체계를 생산하고 있어 경제력이 여의치 못한 신흥 시장 구매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호성 교수는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항공엔진 시장에서도 한화가 저렴한 가격으로 뛰어난 품질의 무기를 판매하는 예전의 전략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이미 입증된 안전성과 뛰어난 성능을 갖춘 미국산 F-15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F-15와 비슷한 가격을 지녔으면서도 한국산 엔진을 장착한 KF-21 보라매를 굳이 구매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김호성 교수는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KF-21은 물론 국산 항공엔진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에서 엔진을 구매하는) 글로벌 협력이 한국에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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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과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매체 파이낸셜 타임즈가 2024년 6월 2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창원대학교 김호성 교수님의 인터뷰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걸렸던 내용은 “세계 여러 나라들은 이미 입증된 안전성과 뛰어난 성능을 갖춘 미국산 F-15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들이 F-15와 비슷한 가격을 지녔으면서도 한국산 엔진을 장착한 KF-21 보라매를 굳이 구매할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반문한 부분입니다.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군림해 왔던 F-15는 확실히 입증된 안정성과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요. 보잉은 이제 기존의 F-15 전투기를 4.5세대로 개량한 F-15EX라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김호성 교수님은 F-15EX를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전투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요? 미국의 군사전문지 Inside Defense가 2023년 11월 9일에 게재한 내용에 따르면 F-15EX의 대당 가격은 9,000만 달러에서 97,000만 달러로 한화 1,230억에서 1,330억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강구영 KAI 사장은 양산이 시작되면 KF-21 보라매의 가격은 1,000억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언급했고요.
230억에서 330억 더 주더라도 믿을 수 있는 F-15EX가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미국으로부터 F-15EX를 구매한 나라가 어디일까요?
미국 매체 Forbes가 2023년 8월 2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도네시아가 바로 가장 최근에 F-15EX를 구매한 나라입니다. 인도네시아는 36대의 F-15EX를 무려 139억 달러, 한화 19조 900억이라는 돈을 주고 구매했는데요. 이를 대당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무려 5,3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옵니다. 예비 부품과 무장 등을 포함한 프로그램 비용이라고 해도 선뜻 믿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그렇다면 Inside Defense가 보도한 F-15EX 9,000만 달러라는 가격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렇습니다. 9,000만 달러는 보잉이 미 공군에게 납품하는 가격입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하이엔드급 무기체계를 판매하는 방산업체들은 내수용과 수출용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다르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래도 미국산 F-15가 과연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전투기일까요?
최근 프랑스가 개발한 4.5세대 전투기 라팔(Rafale)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 여러 나라로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김호성 교수님의 논리대로라면 입증된 미국산 GE 엔진인 장착된 F-15EX가 더 많이 팔려야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GE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스네크마 엔진을 탑재한 라팔(Rafale)의 인기가 압도적입니다.
라팔(Rafale)이 누리고 있는 인기의 배경에는 정치적 이유가 다분합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중국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중동 지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라팔(Rafale)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한국산 엔진을 장착한 KF-21 보라매는 라팔(Rafale)만큼이나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전투기입니다.
마지막으로 4세대 전투기로 설계된 라팔(Rafale)이나 F-15EX는 이미 개량의 한계점에 와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4.5세대 전투기로 설계된 KF-21 보라매는 5세대 혹은 5.5세대로 진화할 수 있는 막강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2천억 이하의 5.5세대 전투기라면 그야말로 극강의 가성비를 구현한 전투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엔도르핀이 샘솟는 행복한 상상이지만 이 상상의 시작이 바로 ‘국산 전투기 엔진 개발’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다시 한번 김호성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미국산 F-15가 누구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전투기일까요?
F-35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대신 프랑스 라팔(Rafale)을 구매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들에게 과연 KF-21 보라매가 미국산 F-15보다 가성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투기로 여겨질까요?
그 대답은 아마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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