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초계기와 정찰기는 긴 해안선을 지닌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자산입니다. 특히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P-8A 포세이돈 같은 현대적 해상초계기는 지구상의 모든 해군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1순위 기체이죠. 해군 관련 국방전문지 Naval-technology.com은 순항거리, 지구력, 순찰 능력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해상초계기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되고 있는 1, 2위의 해상초계기가 바로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P-3C 오라이언(Orion)과 P-8A 포세이돈(Poseidon: 영어식 발음으로는 ‘포사이돈’)입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해안선이 긴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핵 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대잠초계기에 대한 관심도 같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위함이나 구축함의 대잠초계 임무가 좁은 지역을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대잠초계기의 임무는 넓은 지역에서 적의 잠수함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말씀 드린 대로 해안선이 긴 국가일수록 탐색해야 할 지역도 덩달아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2020년 1월 10일에 미국에 소재하고 있는 군용 전자부품 및 레이더 업그레이드 전문업체인 duotechservices.com이 해상초계기 P-3C 오라이언과 P-8A 포세이돈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글을 1, 2부로 나누어 영상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중 1부로 P-3C 오라이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부에선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통해 해상초계기가 왜 필요했었는지를 설명해 주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P-3C 오라이언에 관한 여러 정보들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기사 원문은 노란색 글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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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깊숙한 바다 속을 조용히 가르며 일본 잠수함 한 척이 라이우(Raiu) 제도 인근 해상 항로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때는 마침 이른 아침이고 지난 48시간 동안 바다 깊숙한 곳을 잠수하고 있던 그들은 8일 동안 계속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잠수함의 전기 배터리를 재충전하기 위해 곧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면 위에서 잠수함은 공기필요 발전기를 가동시키고 물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배터리를 재충전한다.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디젤 전기 잠수함들은 운행 시간의 대부분을 심해보다는 훨씬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수상에서 보냈고 심지어 순찰 임무를 수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잠수함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동안 잠수함이 적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함장의 명령에 따라 승무원들은 재빨리 잠수함을 잠망경을 사용할 수 있는 수심까지 부상시키는 작업에 착수한다. 잠망경 앞으로 다가간 함장은 잠수함 위에서 대기하고 있는 군함이나 항공기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잠망경 뷰어(viewer)를 360도로 돌리면서 주변 지역 일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잠망경으로 살펴 본 지역은 안전해 보였고 함장은 잠수함을 수면으로 부상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함장이 놓친 것은 잠수함 후방으로 멀리서 지나가고 있던 미 해군의 PBY-5 카탈리나 해상초계기였다. 초계기의 부조종사는 잠수함의 잠망경이 수면을 가르면서 발생시키는 파문을 알아챘다. 초계기는 잠수함을 향해 방향을 틀고 잠수함 승무원들은 곧 그들의 실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초계기는 다행히 잠수함의 잠망경을 발견하기에 적당한 장소와 시간에 충분히 낮은 고도를 비행하고 있었다. 잠수함과 나란히 방향을 맞춰 비행하면서 조종사들은 잠수함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록 잠수함은 아직 초계기의 존재를 모르고 있지만 초계기는 잠수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수중 폭뢰를 투하하는 첫 번째 시도에서 조종사는 완벽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항공 대잠 공격 Air Anti-Submarine Warfare (ASW)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항공기들은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오로지 육안에만 의존했다. 당시 항공기들의 잠수함에 대한 공격 수단은 저공 비행을 하면서 포격을 가하거나 수중 폭뢰를 투하하고 로켓을 발사하는 것 등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냉전시대에는 잠망경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잠수함을 더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항공기 레이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레이더의 성능은 더욱 강력해졌고 잠망경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많은 클러터(clutter: 레이더 스크린상의 목표 물체 이외의 간섭 에코)를 수면에서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레이더의 성능 강화는 또한 항공기가 더 높은 고도에서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잠수함에 있어 최선의 방어 수단은 탐지할 수 없도록 수면 아래 깊이 숨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잠수함을 계속 숨겨두고 싶다면, 잠망경 역시 수면 아래에 두고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잠망경이 조금이라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미 해군의 P-3 오라이온과 그 후속기인 P-8 포세이돈에 장비되어 있는 가장 정교한 레이더 시스템에 의해 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P-3 오라이온은 1962년 8월 도입된 이후 오랜 세월 동안 미 해군의 해상 정찰기였다. P-8 포세이돈은 2013년부터 운용되어 왔으며 가까운 미래에 노후화 되어가고 있는 P-3 오라이온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현재 미 해군은 41대의 P-3 오라이온을 운용하고 있다(2019년 기준).
해군은 또한 91대의 P-8 포세이돈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24대의 포세이돈을 주문해 놓은 상태이다. P-3 오라이언과 P-8 포세이돈 모두 다른 나라 해군들에 의해 도입되었지만 비용 문제와 가용성으로 인해 구형인 P-3 오라이언이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P-3 Orion
록히드 마틴의 L-88 Electra Airliner를 기반으로 설계된 P-3 오라이온은 4개의 터보프롭 엔진이 장착되어 있고 대잠수함 작전 및 해상 정찰에 모두 사용된다. 육지 기반 공군기지에서 운용되는 P-3 오라이온은 미소 냉전시대 동안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설계된 공중 전자 감시장비(eye-in-the-sky)를 장착한 장거리 해상초계기이다.
P-3 오라이온 뒷부분에서 우뚝 솟아있는 독특한 긴 금속 봉은 주로 잠수함의 자기를 탐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장치는 비행기에 장착된 전자장치들과 금속으로 된 프레임으로부터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항공기 후면에 위치하고 있다. 강력한 레이더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3 오라이온은 여전히 탑승원들이 직접 육안으로 감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자기 이상 탐지장치 ‘MAD’ 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대부분 잠수함들의 함체가 강철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자기장의 변화를 탐지하여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하는 장치입니다. 다만 범위와 심도의 제약이 심하고 주변 지형 및 해저 조성물질의 영향도 받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잠수함들은 MAD를 피하기 위해 강철이 아닌 스테인리스나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강철로 된 잠수함들도 정기적으로 함체의 자성을 줄이는 자기처리를 합니다.
정작 미 해군은 MAD의 정확성을 신뢰하지 않아서 후속기인 P-8 포세이돈에서는 MAD를 배제시켰으며 우리나라에 인도되는 포세이돈에도 역시 MAD는 장착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주)
정찰 거리를 더 확장하기 위해 P-3 오라이온이 기지로 귀환할 때 조종사들은 4개의 외부 터보프롭 엔진 중 좌측 하나, 우측 하나 총 2개의 엔진을 꺼버린다. 이는 정찰을 위한 연료를 아끼기 위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 가스를 감소시켜 기체 후방에 위치한 관측소에서 육안으로 정찰하는 승무원들의 가시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미 해군의 P-3 오라이온은 승무원들이 소노부이(sonobuoy)와 레이더 시스템 같은 고도로 정교한 전자 탐지 장비를 제대로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완벽한 항전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 뿐인가? P-3 오라이온은 적의 잠수함이나 수상함을 공격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를 대비하여 AGM-84 하푼 대함미사일을 포함한 어뢰, 수중 폭뢰, 폭탄 및 로켓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소노부이’sonobuoy’란 자동 전파발신 부표로써 수중의 소리를 탐지하여 무선 신호를 보내주는 부표입니다. 제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호버링이 가능한 대잠헬기와는 달리 대잠초계기는 한 지역에 머무르면서 지속적인 탐색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보완해주는 장치이며 여러 지역을 동시에 감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역주)
오라이온은 11명의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다. P-3 오라이온의 최고 속도는 시속 750km, 순항 속도는 시속 610km로 상승 한도는 8.6km이다. P-3 오라이온은 저고도 정찰을 위해 일정 고도에서 천천히 순항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지상에서 발사되는 대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그 사정거리보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이러한 저고도 정찰 기능 덕분에 이라크에서 벌어졌던 '사막의 폭풍 작전' 동안 P-3 오라이온은 이라크 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전투 피해를 평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적 진영에 대한 지상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P-3 오라이온은 임무 수행을 위해 최대 16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8,851km가 넘는 페리항속거리(비행기에 실린 화물이 없을 때 최대 안전항속거리)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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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8화 “그렇다. 대한민국은 미국 없이도 북한을 이길 수 있다” 편에서 일본계 미국 군사전문가 카일 미조카미는 대한민국 해군의 대 잠수함 전투능력 부족 문제 지적했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5년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던 8대의 P-3C 오라이언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적어도 30대 이상의 P-3C 오라이언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8대만 운영하다 보니 기체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습니다.
결국 미 해군이 예비역 기체로 보관 중이던 P-3B를 대폭 업그레이드한 P-3CK를 2011년도에 8대 추가로 도입하기로 결정 합니다. 생산라인이 닫히기 전 최후로 만들어진 당시 최신 사양의 P-3C 버전이지만 그보다 15년 뒤에 다시 업그레이드된 P-3CK는 당연이 P-3C보다 성능이 더 뛰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현재 P-3CK를 도입하여 운용 중인 대한민국 해군은 그 성능에 매우 만족스러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래도 도입된 해상(대잠)초계기는 16대에 불과힙니다. 필요한 32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숫자죠. 그래서 2차 도입사업이 시작됩니다만 여기에는 많은 굴곡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추후 또 별도로 다룰 시간이 있을 때 해보도록 허고요. 원래 20대 정도의 신규 해상초계기를 도입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 해군의 P-8A 포세이돈이 결정이 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2부를 통해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외신링크 https://www.naval-technology.com/features/feature-the-top-10-maritime-patrol-aircraft/
본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AfSMApZYk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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